대전 둔산동 크로바아파트(전용 164㎡) 실거래가 15억 원에 거래, 목련(134㎡) 10억 원 목전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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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공동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형성과정에 외지 투기세력이 개입하면서 주택실수요자들의 부담 가중이 우려되고 있다.

자칫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 진입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대전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지역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전용 164.9㎡)의 한 가구는 지난 10월 15억 원에 거래됐다. 불과 6개월 전인 4월만 해도 9억 9000만 원-10억 9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8월 12억 9000만 원, 9월 14억 8000만 원으로 뛰기 시작해 10월 15억 원을 찍은 후 11월 들어 14억 원 대 후반에서 거래 중이다. 2017년 10월 크로바아파트의 같은 주택형 실거래가는 7억-8억 원 대에 거래됐다. 27년이 흐른 공동주택 가격이 2년 새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인근의 목련아파트(전용 134.8㎡)도 지난해와 올 6월까지 6억-7억 원 대 거래되다, 지난 9월 말 9억 1200만 원으로 올라 선 이후 현재는 9억 7000만-9억 8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유성구 상대동 트리풀시티 9단지(전용 148.3㎡) 상황은 비슷하다. 2017년 초부터 지난해 6월까지 7억-8억 원 대 거래가 이뤄지다 지난해 10월 11억 원으로 껑충 뛰기 시작, 지난 10월 13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개월 사이에 수 억 원이 올라 거래가 이뤄진 것인데, 지역 부동산업계는 이를 두고 외지 투기세력에 의해 조장된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매수세로 돌아선 대전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를 이용해 부동산 가격 거품을 계속 양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팀을 꾸려 한 공동주택 단지의 매물을 대부분 매수한 뒤, 품귀현상이 빚어지면 가격을 올려 다시 매도하는 방식으로 주택 가격을 끌어 올린다. 소위 `막차`를 타는 주택수요자는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매물을 매수하게 되고, 투기세력은 수익을 챙겨 시장에서 빠지는 구조다.

서구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하반기 쯤 투기 세력이 나타나 매물을 쓸어갔다. 당시 고객 10명 중 7명 정도가 외지 투자자였는데 지금은 정 반대로 대전시민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며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외지 투기세력은 대부분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격 매수를 택한 이들은 가격 거품을 그대로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기 세력에 의해 높게 형성된 주택 가격을 대전지역 주택수요자들이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주택수요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 부담에도 매수를 택할 수 밖에 없고, 집을 마련하더라도 재정도 낮은 이들이라면 대출 등 빚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매수시, 현재 대전 부동산 시장 환경을 감안해 막무가내식 투자에 매몰되지 말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춘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구지회장은 "현재 대전 부동산시장은 수요-공급 간 올바른 시장경제논리에 의해 광풍이 불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수개월 사이 수 억 원이 오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관망세를 취했던 주택수요자들도 최근 들어 추격매수로 주택구입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동주택은 투기가 아닌 거주가 목적이 돼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 살펴본 뒤 신중한 주택구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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