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 그 꿈이 이루어져 처음 학생들을 맞이했을 때에 많이 설렜고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하는 생각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어느덧 41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달 말이면 정년퇴직을 한다.

나의 첫 발령지는 충남 태안군 바닷가에 있는 이원초였다. 고향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할 때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은 교실에서 숙제를 함께 끝내고 나면 아이들은 집에 가지 않고 운동장에서 놀다가 내가 퇴근할 때가 되면 우르르 몰려와 손잡고 노래하면서 함께 걸어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 아이들이 이런 일들을 기억할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소중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런 아름다운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도록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일이 다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반항을 하거나 항상 다른 학생들을 괴롭혀서 학급 아이들이 모두 무서워하는 학생들을 담임한 적이 있다. 그 학생들을 오래 지켜보신 선생님들은 나에게 본래 그런 반항적인 아이니 그냥 포기하라는 조언을 했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체벌이 가능했던 시절이지만 난 그 학생들이 잘못한 일에 대해 어떠한 체벌도 하지 않고 퇴근시간까지 함께 앉아서 내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는 그 학생들에게 혼잣말만 하고 돌려보냈다. 그 후에도 꾸준히 관심과 칭찬을 한 결과 그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였고 졸업 후에 여러 번 찾아왔을 때에는 이런 것이 교사의 보람이구나 생각하였다.

요즘 교육현장을 볼 때에는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일들이 참으로 많이 일어난다. 매스컴을 통해서 전해오는 교권이 무너져가는 현장을 볼 때에 후배교사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또 그 조언이 학생교육을 위한 것인지, 교권침해를 막기 위한 것인지 참으로 어렵다. 본인이 미국에서 유학 하던 2003년에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기동안 교생실습을 한 적이 있다. 6학년 참관 수업 중인데 담임교사 2명은 옆 반으로, 또 다른 두 학생은 복도로 나가게 하고, 한 학생은 반성문을 쓰도록 하였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 물었더니 담임교사는 그 학생들이 교사가 설명하는데 교사를 쳐다보지 않았다고 했다. 교실 밖으로 내보낸 것은 자신의 행동에 창피함을 느끼라는 조치였다. 체벌이 없는 대신 이런 강한 교권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주 종업식 날에 학생들에게 내가 정년퇴직으로 학교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교장실로 편지, 시, 그림을 그려서 선물로 가져오고 또 다른 학생들은 마지막 인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학생들이 이런 감동을 주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발생하는 어떠한 어려움도 잊고 좋은 일만 기억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교사인 것 같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해서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았고, 나와 함께 해 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면서 교직을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민경랑 대전신흥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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