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직장 같은 단체 생활공간에서 감염 '위험'

30대 여성이 충남 서천군보건소에서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30대 여성이 충남 서천군보건소에서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A형 간염과 같은 기존 감염병이 잊혀지고 있다.

A형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 바이러스(HAV)에 의해 발생한다. B형이나 C형 간염과 달리 혈액이 아닌 입으로 감염되는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A형 간염 환자와 직접 접촉, 혈액 매개 감염, 성접촉으로 인해 전파되며, 전염성이 B·C형 간염보다 강해 학교, 직장 같은 단체 생활공간에서 감염 위험이 크다.

감염 초기에 발열, 두통, 피로 등의 전신증상이 생긴 후 암갈색 소변, 황달 등의 증상이 발현해 수주, 수개월 후 회복된다. 잠복기는 15-50일로 평균 29일 정도고, 황달 발생 전 2주부터 발생 후 1주까지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크다.

대부분 4개월 이내 회복되지만 드물게 반복적인 간기능 악화를 보이거나 심한 황달이 지속될 수 있다. 만성 간질환으로 이행하지는 않지만 간기능이 점차 악화되면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돼 사망할 수 있다.

◇유독 30-40대 감염자 많아=A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한 뒤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끓인 물 마시기, 음식물 익혀 먹기 등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채소나 과일은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겨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12-23개월의 모든 소아, A형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성인(만성간질환자, A형 간염 유행지역 여행자 등), 최근 2주 이내 A형 간염 환자와 접촉한 사람, 의료인, 외식업 종사자는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A형 간염이 대유행했고, 유독 30-40대 감염자가 많았다.

한국역학회가 발행한 국제학술지(Epidemiology and health)에 따르면 30-40대 감염자가 많은 원인으로 1970-1990년대 출생자의 낮은 A형 간염 면역 수준이 지목됐다. 1960년대 출생자까지는 어렸을 때 자연 감염으로 면역력이 있으나, 1970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출생자들은 위생 수준 향상으로 면역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 A형 간염 예방접종이 도입된 뒤 A형 간염 취약층을 제외한 채 새로 태어난 아이의 예방접종에만 집중했다.

또한 2012년 출생자부터 국가 무료접종이 시행돼 만 7세 아동까지의 면역 수준은 크게 높아졌지만, 그 이상 연령의 학생들과 성인들은 낮은 면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전국민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을 분석한 결과 30대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2005년 69.6%에서 2014년 32.4%로, 40대는 97.9%에서 79.3%로 하락했다.

A형 간염은 6세 이전에 걸리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의 경우 대부분 심한 증상을 동반한다.

◇발병률 해안보다 내륙이 높아=A형 간염 예방접종은 총 2회에 걸쳐 백신을 접종하며, 1차 접종 후 6-18개월 뒤 2차 접종한다. 40세 미만은 항체검사 없이 접종할 수 있고, 40세 이상은 항체검사를 실시해 항체가 없는 경우 예방접종을 하도록 권고한다.

충남지역 A형 간염 발병률은 해안보다 내륙지역이 높으며,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금산, 계룡, 공주, 논산 순으로 높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1월부터 20-30대 만성 B·C형 간염 환자와 간경변 환자 등 A형 간염 감염 시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은 만성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예방접종 대상을 40대까지 확대했다.

충남도는 올해 고위험군 상병코드로 입원했거나 외래 진료 기록이 있는 20-40대 가운데 과거 예방접종을 완료했거나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을 제외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한다.

감염병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생활 속 작은 실천 없이 무심코 방치했다가는 지역사회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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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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