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는 산업화와 근대화 이후 전혀 예기치 않은 공동의 재난에 직면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이 길어지고 개발되더라도 코로나 19가 변종을 일으키거나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인류는 미증유의 재난과 불확실한 미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닥쳐올지 모르는 기후위기와 함께 이러한 전대미문의 위험 상황에서 산업화와 도시화, 인구 증가를 가능하게 해온 과학기술은 원인 제공자이자 문제해결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대중의 과학기술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고 국민의 안전과 경제를 위한 정책은 과학적 증거에 상당히 의존하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회의 요구가 과학기술을 바꾸는 상호 연결성이 더 커진 셈이다.

한편으로는 진단기술,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방역 대응 과정에서 과학기술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고 과학기술이 다양한 정책과 결합하면서 미치는 파급 효과 때문에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무엇이 비과학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고 있다. 기존에 과학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비과학이 되고 비과학이 아닐까 했던 것이 과학이 되는 상황 앞에서 이른바 과학의 정치화, 정책의 과학화 현상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면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고 미래 문명의 새로운 경로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인식과 동의, 참여가 과학의 진화와 정책의 과학화를 촉진하고 있다.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확진자 격리를 통한 확산 방지 등의 수칙은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고 생명을 지키는 과학기반 정책이 되었다. 물론 이것을 지키려면 불편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진다. 그러나 지키지 않으면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폭 늘어나고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와 교육, 노동 시스템이 붕괴하여 훨씬 더 큰 위험이 닥쳐온다. 가장 위험을 최소화하는 경로는 모든 국민이 마스크 착용과 위생을 생활화하고 대면 접촉을 줄이는 한편 확진에 따른 정보공개와 격리를 통한 확산 방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타격과 취약한 계층의 어려움은 국가가 다양한 정책과 지원으로 해소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과학은 그 사회의 가치, 문명의 철학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공공적 지위를 획득한다. 확진자를 격리하고 이동 경로를 공개하면서 방역을 강화하는 것과 환자를 치료하는 공공 병상과 시스템을 확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저질환이나 중증 환자, 어린이, 취약 계층에게 퍼지어 사망에 이르는 가능성을 줄이는 조치이고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치료제와 백신 이후에도 현재 상황이 지속한다면 그 피해는 특히 취약 계층에 더욱 집중될 것이다. 코로나19와 또 닥칠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은 기후위기, 환경 악화, 양극화, 사회 안전망 소외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계층에 더욱 파괴적으로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과학의 공공성 확대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산업에 집중하면서 소홀히 하거나 외면했던 사회문제, 환경문제, 기후변화와 공공서비스 영역, 그래서 비과학이 되었던 의제에 국가가 투자하고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비과학이 과학으로 진입하고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높이면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또한, 과학기술의 공공적 가치와 새로운 시스템 구축, 사회문제와 공공서비스 영역의 과학기반 전환은 대중의 동의와 참여를 전제로 하므로 사회적 합의와 시민참여 연구가 필요하다. 데이터, 네트워크,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의 기술혁신은 그러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와 국가의 안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학연구를 시민과 함께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높이고 비과학을 과학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인 것이다. 비과학의 과학 전환, 과학기술의 공공성 강화, 그것이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주는 치유와 새로운 기회의 싹은 아닌지 돌아볼 때이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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