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靑 통째 이전' 대전제로
입법기능 배분 논의 시동 걸되
가능한 수준의 案에 집중하길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난 7월 `국회·청와대 통째 세종 이전` 발언은 묘수에 가까웠다. 다른 이도 아닌 여당 원내 사령탑 입에서 나오자 여야 정치권이 더 술렁거렸다. 충청권도 호응해 일제히 반색했다. 특히 여당내 움직임은 계곡의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래프팅을 방불케했다. 당내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발족시키는 등 단일대오 기세가 등등했다.

해당 발언은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국회와 청와대에 대한 일괄 이전론은 과거 신행정수도 건설 담론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의표를 찔렀다. 발화자, 시기, 장소 등 요소가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고 아울러 민주당 안팎의 유관 논의와 담론을 일시에 포섭하는 국면으로까지 전개됐다. 이후 달포가 훌쩍 지난 지금, 행정수도 이슈는 다소 소강 상태로 진입했음을 목도한다.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정치권에 의한 충격성 화두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정서적 여운이 하향 곡선을 긋게 돼 있다.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역대급 대승을 기록했고 내친 김에 21대 국회 상임위원장도 독식해버렸다. 무적 집권여당의 위력을 거침없이 과시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 정당에게 지난 2003년 이후 행정수도 열차를 발차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열차가 내달릴 레일만 깔면 되는 문제이고 대략 개헌, 국민투표, 특별입법 등 3개의 선택지로 빠르게 좁혀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산이 세속을 멀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알 수 없으나 이 시대 행정수도 담론은 손에 냉큼 잡히지 않는 대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가운데 역류를 헤치고 세종시는 행정수도로서 성장세를 구가중이고 그 결과 행정 기능을 베이스로 한 기초체력과 근력을 키워놨다. 문제는 입법 기능의 효율적인 배분에 따른 상호간 조화성에 있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은 공간적으로 묶여있어야 한다. 멀리 동 떨어져 있으면 어떤 부작용과 폐단을 낳는지 세종시 이전 부처 공직사회의 고단한 표정이 방증한다.

정책이 선하고 타당해도 하염없이 허공에 위성처럼 떠돌면 그것처럼 허망한 것도 없을 터다. 행정수도 완성론이 이와 다르지 않은 형국이다. 이 공회전 패턴을 더는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불리한 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고 어느 날 반전의 계기가 그냥 만들어질 리 만무다. 당장 올해가 지나면 행정수도 이슈는 다른 이슈에 의해 가리워질지 모른다. 여당의 거당적 집단의지에도 불구, 문재인 정부 4년차에 들어가면 차기 대선 주자들이 몸을 풀기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 정치지형의 변동이 불가피해지고 이 파고에 밀려 정책지형까지 변색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마냥 `고도`를 기다리는 일이 능사일 수 없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여야는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수준을 놓고 논의에 시동을 걸었으면 한다. 그렇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다.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행정수도급으로 커가고 있는 세종시의 `결핍`을 보강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기능의 상당 부분과 함께 국회 산하 일부 기구의 세종시 이전은 시대적 요청이다. 이렇게 해서 세종의사당 시대 문만 먼저 열려도 세종시 도시 생태계가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 아예 헌법상 수도로 격상시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십중팔구 여야간 갈등전선이 폭발할 것이고 게다가 미래 상황도 확신하기 어렵다.

민주당에 이낙연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으로 이름 바꾼 통합당 지도부와 접촉면을 늘려나갈 여건도 어느 정도 조성됐다. 이 기회를 살려 세종의사당 설치 입법만 끝장을 보아도 행정수도의 큰 초석을 놓게 된다. 정치적으로 부자이고 강자인 민주당이 이를 추동할 책무가 더 크다. 대선, 총선 싹 밀어줬는데도 부응 못한다면 난감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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