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호당 최재문 시인
취호당 최재문 시인
가슴 한구석 머물다 가는 향기가 있다. 혀끝으로 느끼는 취향의 포로가 되었다가 첩첩산중 침묵을 먹고 녹아내린 옥향지에 작설 같은 풋풋함이 입술을 적시다가 또 하나의 인격으로, 울림으로, 문화로 승화되어 천년세월 꺼진 석등에 불을 켜기도 했다. 선비는 술을 마시는 예의범절이 깍듯하여 모름지기 노래와 춤 시조를 곁들여서 운치를 돋우어 자연의 우아함을 고결한 풍류로 승화했다. 조선 시대 인격 수양 교양서 명심보감에서 주도(酒 道)의 가르침에서 주불취인인자주(酒不醉人人自酒)요 색불미인인자미(色不迷人人自迷)라 했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게 아니고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미모가 사람을 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판단력을 잃는 것이라, 술의 취향은 영혼을 채우고 허물을 깨우기도 하고 순간순간 나는 너를 너는 나의 빗장을 풀기도 하고 오묘한 취향 속에는 아름다움이 있고, 등골을 뚫는 감정의 고저가 있어, 원초적 욕구를 충족하는 신비함이 숨어있다.

술은 인류가 만든 가공 음료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이다. 혀를 자극하는 맛과 향긋한 취향이 가슴을 일렁이게 하면서 술의 역사가 생기고 예의범절이 시작되었다. 술을 `백약지장`이라 얘기하지만 만병의 근원이며 패가망신의 주범이기도 했다. 술은 마음을 흔들어 다른 결과를 초래하며 깨달음과 의지를 시험했다. 무표정한 얼굴, 까칠한 인상 툭툭 뱉는 말투, 속내를 내비치지 않는 과묵함과 신중함, 상대방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벽을 허무는 재주가 있다. 가을바람의 애잔함과 쓸쓸함이 다가와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자연의 순리를 노래하고 곱게 물든 가을빛을 술잔에 담기도 했다. 특히 선비의 술자리에절은 품격과 존중의 뜻을 표하기 위한 예로서 말이나 몸가짐을 나타내는 척도로, 단정한 자세 조용한 대화와 분명하고 절제된 태도, 배려하며 서로 존경하고 사양하며 예로 술을 권하는데 존경심과 친밀감이 전달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자리에 아들이나 제자를 동행하여 술 시중을 들게 하는 동시에 술자리 예절과 풍류와 덕성스러운 행실을 본받는 시청각 교육장으로 활용했던 우리 선인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취호당 최재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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