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4차례 무산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민선4기 '대전 복터' 비교 시 끝내고 남아
무능·무책임·무사안일 등 '3無 행정' 씁쓸
그간 추진 과정을 보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끈 리더가 안 보였다. 행정력 지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4차례나 좌초됐지만 책임지는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 뒤늦게 책임을 맡은 간부 공직자의 사과 한 마디가 전부다. 시민들에게 "이렇게 됐으니 그리 알라"고 통보하는 뉘앙스마저 지울 수 없다. 이달 말까지 대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 민간공모가 아니라 공영개발을 운운하고 있다. 공영개발 시 계획 축소가 당연시되지만, 1500-2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감당해야 하지만 공론화 과정 없이 먼저 운을 떼고 분위기를 띄우는 양상이다. 자기 집 곶간이라면 먼저 손사래를 칠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더니 벌써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책임 있는 리더의 공식 사과와 함께 4차례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사유를 꼼꼼히 되짚어봐도 모자랄 판국에 개선장군인 듯 한 모습을 보니 걱정이다. 이 참에 폐기 위기에 처한 서부터미널 등 큰 틀과 원점에서 재검토할 여유가 생겼지만 아랑곳하지 않을 양상이다.
민선 4기 당시 추진된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 조성 사업과 비교하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복터`로 불리는 핫 플레이스. 10여 년 전만 해도 30년이 넘다 보니 협소한 부지와 낡은 시설 등 대전의 관문 답지 않게 불편과 민원이 지속됐다. 복터 추진과정에 대한 후일담을 들어보니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한다. 오랜 숙원이었지만 관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 사기업과 지자체 간 협약 체결, 대형마트 총량제 등 걸림돌도 많았지만 당시 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장우 동구청장의 강한 의지와 추진력, 행정의 뒷받침 등이 어우러지면서 몇 년내인 2011년 말 완공됐었다.
결국 유성복합터미널 조성 사업은 무능과 무책임, 무사안일 등 `3無 행정`이 빚은 소산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솝 우화에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가 있다. 한 마을에 양 떼를 지키는 목동이 있었다. 혼자 양 떼를 지키고 있자니 심심했던지 하루는 목동이 마을을 향해 소리 쳤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이 소리에 놀란 사람들은 몽둥이를 들고 언덕 위로 뛰어 올라왔다. 하지만 늑대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동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욕을 하며 돌아갔다. 이런 모습에 목동은 매우 즐거워했다. 이후 목동은 몇 차례 거짓말을 더 했고,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헛걸음만 쳤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겁먹은 목동은 힘을 다해 소리를 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목동이 또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무시해 버렸다. 혼자뿐인 목동은 어쩌지 못했고 늑대들은 결국 양 떼를 다 잡아먹어 치웠다. "거짓말쟁이의 말은 진실을 말할 때조차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끝을 맺는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지만 리더들에게도 새겨 들어야 할 소중한 메시지도 준다. 중요한 일을 할 때 진실을 말하는데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평소에 신뢰를 잃어버린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점이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10년간 표류했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이번 5번째만큼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 정재필 취재2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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