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민 목원대 유아교육과 조교수
서영민 목원대 유아교육과 조교수
지난해 말,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주목하게 됐다. 정부에서도 이런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달 25일 법무부는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특별추진단은 아동학대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 아동학대 법령 정비,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비롯한 인력 강화 등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동학대는 보호자 또는 성인이 아동에게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아동을 돌보지 않고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뜻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친부모, 양부모, 선생님, 일반 성인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가해자 유형은 친부모다.

이런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엄중한 처벌과 부모교육 강화가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유아교육 전문가 입장에선 엄중한 처벌도 물론 필요하지만 부모교육 강화가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갑자기 부모가 된다. 부모 역할은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자신의 인격을 다듬고 수행하는 일이어서 고행과도 가까운, 어렵고 무거운 일이다. 여기에 부모로서 배워야 할 지식과 들여야 할 노력도 만만치 않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받았던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행동에 대한 기억을 무의식 속에 간직하고 있다. 자신이 성장해오고 받아왔던 양육 행동을 대부분 그대로 대물림하게 된다. 즉,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자란 부모는 정서적 학대를 대물림하고 신체적 학대를 받고 자란 부모는 신체적 학대를 대물림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물림을 끊기 위해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부모교육은 단 시간의 교육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장기적인 교육과 훈련이 요구된다.

현재 부모교육은 법적, 제도적으로 의무화된 것이 전혀 없다. 대학에서 `예비부모교육` 이라는 관련 교과를 개설하고 시행하거나 유아교육기관이나 보육기관, 학교에서 `부모교육`이 간헐적으로 시행되는 정도다. 문화센터나 산부인과에서 임산부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은 대개 가벼운 교양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사회경제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에 맞춰 이제는 `부모교육`을 모든 성인이 부모가 되기 전 받아야 할 의무교육으로 시행해야 할 때가 됐다. 이 자리를 빌어 부모교육을 부모가 되기 전 반드시 받아야 하는 교육으로, 정부가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제도적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한 예로, 임산부에게 지원금을 주는 바우처 제도가 있다. 이 바우처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부모교육 이수 의무조항을 붙여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모교육 의무화 초기 시행 방법으로는 첫째, 위기 가정 발굴 후 우선 시행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위기 가정의 판별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크리닝 제도를 이용해 1차 선발하고 이들 가정부터 먼저 시행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부모교육의 접근성 강화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위기가정들은 경제적 결핍이 가장 실질적이고 시급한 삶의 문제여서 따로 시간을 내어 부모교육을 듣거나 참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찾아가는 시스템이나 온라인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런 부모교육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교육 과정에서 장기적인 확인 시스템 또한 필요할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은 부모교육이다. 지금까지 아동학대 예방의 책임은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제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이라는 컨트롤 타워도 세워진 만큼, `부모교육 의무화`가 적극 도입,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영민 목원대 유아교육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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