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외산 의존 연구 장비, 국산화에서 상용화까지
◇전량 수입하던 질량분석장비 핵심요소 국산화=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질량분석장비는 생체 시료나 미량 성분 분석은 물론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반도체 공정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과 인체를 위협하는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활용처만큼 종류가 다양해 국산화 요구가 크다.
KBSI 연구장비개발부 최명철 박사 연구팀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체 클러스터 이온 빔 장치`는 이차이온 질량분석기 국산화의 핵심요소다. 이온빔을 시료에 쏴 이차이온을 일정하게 생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장치는 시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클러스터 이온빔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현존하는 질량분석장비의 한계를 넘어서는 국산 질량분석장비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몰두 중이다. KBSI는 앞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미세플라스틱 등 유기물질과 생체시료의 3차원 화학 영상 분석이 가능한 `3차원 분자 영상 질량분석기`를 완성할 방침이다.
◇전자기 물성측정장비 상용화…외산 독점 시장 판 흔든다=전자석 기반 전자기 물성측정 장비는 물리·화학 분야 기초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다. 그동안 외산 장비가 국내 시장을 독점해왔지만, 연구장비개발부 박승영·최연석 박사 연구팀의 개발로 관련 장비를 전량 국산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연구팀은 그동안 총 7종의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 장비 발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각성능을 최적화해 설계했다. 이는 기존 외산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추게 된 계기가 됐다.
개발된 7종의 제품 중 5종은 2019년부터 시판돼 국내 주요 대학과 출연연을 비롯한 여러 연구·산업 장비 제조업체에 판매됐다. 7종 모두가 시판되면 동급의 외산 모델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박승영 박사는 `제3회 지식재산의 날` 기념식에서 전자석 기반 물성측정장비를 개발하고 사업화한 공적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국내 최초 개발=투과전자현미경은 나노미터(㎚) 수준의 식별 능력으로 시료의 내부구조를 영상화하고 분석할 수 있어 기초과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비다. 현재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전 세계 투과전자현미경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이 고가의 중·대형 모델만을 판매하는 탓에 국내 수요자들은 필요 이상의 고성능 모델을 높은 가격에 도입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장비개발부 한철수 박사 연구팀이 `30㎸ 투과전자현미경` 국산화에 성공하고, `KBSI 투과전자현미경 개발 플랫폼`까지 구축하는 쾌거를 거뒀다.
연구팀이 개발한 현미경은 `텅스텐 필라멘트 전자원 모델`과 `전계방출형 전자원 모델`이다. 모두 낮은 전압에서 나노미터 수준의 식별 능력을 갖춰 세포 등의 생체 바이오 시료 및 그래핀과 같은 연성 소재 분석에 효과적이다.
연구팀은 2025년까지 향상된 성능의 `60㎸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해 국산 장비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계획이다.
KBSI 관계자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일본과 미국 등이 독점해온 연구장비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지속가능한 연구장비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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