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1세대 실린더 무게 측정장치. 사진=KRISS 제공
1세대 실린더 무게 측정장치. 사진=KRISS 제공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미활용 연구 장비 중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장비 6점을 보물로 선정해 일반에 공개한다. 측정의 역사를 쓴 이 보물들은 △세슘원자시계 KRISS-1 △킬로그램 원기 39번(복제품) △길이 분야 1차 표준기(광주파수 표준기) △양자홀 저항원기 △1세대 실린더 무게 측정장치 △우주용 비구면 광학 거울 등 총 6점이다.

`KRISS-1`은 가장 정확한 1초를 만드는 세슘원자시계다. KRISS는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08년 표준 시계 `KRISS-1`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세계에서는 6번째로 개발한 원자시계다. 개발 당시 광펌핑 기술을 사용해 300만 년에 약 1초 오차를 가질 정도로 정확도를 자랑했다.

KRISS-1은 가치를 인정받아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과학기술 대표성과 70선`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킬로그램(㎏)을 정의하는 국내 최초의 국가 원기인 `킬로그램 원기 39번`도 KRISS의 중요한 보물이다.

질량은 `장소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물질의 고유한 양`을 뜻한다. 정확한 질량 측정은 금·보석 등 값비싼 물건을 대량 거래할 때나 극미량의 성분 차이로 성질이 크게 변하는 화합물을 제조할 때 특히 중요하다. 기본단위인 질량의 표준이 잘 확립돼 있어야만 압력이나 진공, 밀도, 부피 등 유도단위 표준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질량표준에 관한 모든 연구는 킬로그램원기로부터 시작됐다.

길이 분야 1차 표준기(광주파수 표준기)는 표준연이 자체 개발한 원기다. 1983년 제17차 국제도량형총회는 1m를 `빛이 진공 중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1m를 구현하기 위해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 파장`을 이용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동네에선 한 자, 저 동네에선 한 자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산업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길이는 정확치 않았다. 그러나 KRISS가 1980년대 후반 길이 표준기인 `요오드 안정화 헬륨-네온 레이저` 국산화에 성공하고, 수백 ㎞부터 수 나노미터의 길이까지 잴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길이 정확도를 확보하게 됐다.

국내 최초 `양자홀 저항원기`는 2011년 국제비교 성공에 이어 2019년 세계 열 번째 이내 국제도량형국 직접비교결과에 등재한 KRISS의 대표 보물이다. 양자홀저항이란 종류가 다른 두 반도체 접합 경계면에 형성되는 전자들의 홀(Hall) 저항이 극저온과 고 자기장에서 양자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생기는 불연속 지점을 찾아내고, 그 불연속 단계를 헤아려 정확한 저항 측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1세대 실린더 무게 측정장치`는 가스표준물질을 생산하는 데 활용했던 KRISS의 대표 보물 중 하나다.

가스는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에서 매우 중요하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뽑고 비닐·플라스틱 같은 제품을 만든 뒤 아스팔트를 생산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가스 측정·분석기기가 사용된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게 바로 가스표준물질이다. 보물로 선정된 `1세대 실린더 무게 측정장치`는 2003년 KRISS에서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한 측정장치로, 가스표준물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됐다.

우주용 비구면 광학 거울은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직경 800㎜의 우주용 반사경이다. 광학부품 중에서도 반사거울은 촬영 영상의 화질을 결정짓는 핵심부품이지만, 가공이 쉽지 않아 전량 외산 제품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KRISS 연구팀은 2013년 직경 800㎜ 비구면 반사거울을 10㎚의 정밀도로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머리카락을 1000분의 1로 쪼개는 수준의 어려운 가공 작업이다. KRISS는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3월 22일 발사된 국내 최초의 표준모델급 인공위성 `차세대중형위성 1호`의 망원경 핵심부품인 반사경을 모두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KRISS 관계자는 "이 보물들은 KRISS 보물선정위원회에서 평가 후 선정했다"며 "본원 내부에 마련된 전시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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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슘원자시계 KRISS-1. 사진=KRISS 제공
세슘원자시계 KRISS-1. 사진=KRISS 제공
킬로그램 원기 39번(복제품). 사진=KRISS 제공
킬로그램 원기 39번(복제품). 사진=KRISS 제공
길이 분야 1차 표준기(광주파수 표준기). 사진=KRISS 제공
길이 분야 1차 표준기(광주파수 표준기). 사진=KRISS 제공
양자홀 저항원기. 사진=KRISS 제공
양자홀 저항원기. 사진=KRISS 제공
우주용 비구면 광학 거울. 사진=KRISS 제공
우주용 비구면 광학 거울. 사진=KRIS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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