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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영재교육 이대론 안된다

2021-07-08 기사
편집 2021-07-07 18:33:50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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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목적 기능 상실 오래돼
학급 지원금·교사 가점 폐지
학생 불이익 제재 만능 아냐

첨부사진1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1970년대 중반부터 연구·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영재교육이란 단어를 사용한 시기도 이쯤 된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재교육의 암흑기로 불릴 만큼 우리나라는 영재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995년 신교육체계가 수립되고 영재교육 강화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영재교육이 태동한 시기로 보는 시각이 크다. 그러다 고교평준화 정책에 따라 교육의 수월성 문제가 제기되자 영재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이후 영재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공교육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영재교육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토대가 마련된 것은 2000년 영재교육진흥법이 만들어지고 서다. 법 제정 이후 특목고가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되는 등 영재교육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전국에 8개 영재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영재학교는 일반고와 달리 학비 이외에 연구활동과 영재교육 과정 교육을 위해 학생 1명당 700만 원에서 많게는 13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영재학교 역시 본래 목적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특목고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명문대 진학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사교육 조장 주범이란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재학교가 의약학 대학 등용문이 된 지 오래다.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준비기관으로 전락하면서 교육당국으로부터 눈엣가시가 된 지도 쾌 됐다. 최근엔 영재학교 졸업생이 여러 대학의 의과대학에 동시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급기야 정부가 의학계열 진학 희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2학년도 입학 신입생부터 의약학 계열 진학 시 서약서를 쓰도록 한 것이다. 이 서약에 따라 입학 후엔 의대 진학을 희망하거나 지원하는 경우 진학 상담과 지도를 받을 수 없게 했다. 또 대학 입시 전형에 필요한 학교 생활기록부는 영재학교용이 아닌 일반학교용 자료를 제공하는 등 한마디로 학생을 평가할 자료를 대학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조치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너무 한 처사가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규시간 이외 기숙사나 독서실 이용을 제한하고 지원받은 교육비와 장학금 등을 반납하게 하는 것은 일반 학교와의 형평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공계 진로, 진학 강화 방안이 학교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돼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이공계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의약계열 진로 희망 금지 등 중복지원을 막은 결과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영재학교 입학 경쟁률이 낮아진 건 나름의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영재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국 8개 영재학교의 2022학년도 지원 경쟁률이 전년도 13.7대 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6.48대 1로 나타난 것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정부가 의도한 소기의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현장이나 학부모들 사이에선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영재교육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꾸준히 지원하던 영재학급비를 없애고, 영재교육담당교사 가산점 제도도 폐지되면서 학교현장에선 의욕이 많이 꺾인 상태다.

정권마다 영재교육의 부침이 심한 점도 문제다. 공교육 정상화법으로 영재교육을 후퇴시키고 방치할 대로 나두었다 각종 폐해가 나자 뒤늦게 정상화 방안을 꺼내 든 뒷북 정책으로는 영재교육을 정상 반열에 올려 놓긴 쉽지 않다. 학교 교육의 방향을 강제할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 다음 영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다양화와 함께 사기를 높여야 한다.

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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