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닥터헬기 5년9개월 1500회 돌파
인천광역시 10년 실적과 비슷한 수준
응급의료 사각 많은 충남…대수 늘려야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충남의 닥터헬기가 최근 `출동 1500회 돌파`를 기록했다. 2016년 1월, 도입한 지 5년 9개월만이다. 닥터헬기는 응급의료 취약지역 응급환자의 이송 및 치료를 위해 119상황실 또는 의료기관(의료진) 요청 시 전문의를 포함한 응급의료 종사자가 탑승해 출동하는 헬기다.

1500번째의 환자는 홍성읍에서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옮겨진 70대 남성이었다.

그는 골반골절을 포함한 다발성 골절, 후복막강 출혈 등의 교통사고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하지만 심한 복통과 저혈량 쇼크가 우려돼 치료가 시급했고 대형병원으로의 긴급후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

내용을 전달받은 충남 닥터헬기 항공의료팀 김형일 교수(응급의학과)는 환자의 상태가 중증이라 판단하고, 즉시 인계점인 홍성읍 헬기장으로 출발했다. 26분 만에 도착한 이 팀은 신속하게 환자를 처치했다. 사전에 닥터헬기를 요청한 홍성의료원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현장에서 응급처치 후 헬기 내에서 복부초음파 등 각종 검사를 시행하며 환자를 단국대학교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도착시각은 11시 23분. 10시32분 출동 요청을 받은 뒤 51분만이었다.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중증외상환자, 1시간, 뇌졸중 발병환자 3시간)을 지켰다.

충남 닥터헬기는 도입 후 매년 200~300명 이상의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했다. 이들 환자 중 중증외상이 533명(35.5%)으로 가장 많았다. 심혈관질환 246명(16.4%), 뇌혈관질환 229명(15.3%), 심정지 135명(9.0%) 순이었다. 닥터헬기 도입 취지와 맞게 대부분 환자가 신속한 전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출동 지역은 서산 682건(45.5%), 홍성 285건(19.0%), 보령 179건(11.9%), 당진 124건(8.3%), 태안 118건(7.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닥터헬기를 통한 환자 이송시간은 평균 45분. 골든타임을 잘 지켜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동 횟수 `1500`이란 숫자는 우연히도 최근 인천광역시 닥터헬기가 기록한 숫자와 겹친다. 인천에서는 2011년 국내 처음 도입해 올해까지 10년 동안 1500여 회 출동했다.

숫자로만 본다면 충남 닥터헬기가 2배 정도 많은 일을 한 셈이다.

그렇기에 고마움과 함께 또 다른 아쉬움이 생긴다.

이 사고의 경우 천안에서 홍성으로, 홍성에서 다시 천안으로 가는 시간과 동선이 길어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 헬기가 있었다면 더욱 신속한 응급처치와 대처가 이뤄졌을 것이다.

국내에는 이러한 닥터헬기가 전국에 7대밖에 없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독일은 8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1.5배 정도, 1대당 반경 50㎞정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은 20년전인 2001년 이 제도를 도입하고 40여 대를 운영중이다. 미국은 929대의 닥터헬기가 하늘을 누비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복지를 제공하는 나라로 꼽힌다.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모델을 뜯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중대형 도시 위주로 집중해 있다. 소외받는 의료사각지대가 많은 것이다.

닥터헬기 추가와 효율성은 예산이 전부가 아니다.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인계점 확보가 계속해서 늘어나야 하고, 인근 주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이착륙시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115db정도 되는 이 소리를 소음이 아닌 사람을 살려주는 고마운 소리로 인식시키기 위한 캠페인, 운동이 연중 진행된다. 무조건적인 강요보다 이 점도 고려한 장소를 찾아보고, 이를 동의해 주는 것도 그 만큼 중요하다.

응급의료취약지역은 `소멸위기도시`와 무관치 않다.

현실적으로 대형병원 신축이 어려운 응급의료 서비스 사각지역이 그것과 맞물린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소멸위기 도내 지자체는 보령시, 공주시, 논산시, 예산군, 부여군, 태안군, 금산군, 서천군, 청양군 9곳이다.

지방소멸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응급의료 서비스 미흡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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