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와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 추이 [그래픽=2019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캡처=통계청 제공]
1분위와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 추이 [그래픽=2019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캡처=통계청 제공]
가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을 해 벌어들이는 돈은 크게 늘지 않고 사업소득도 줄었는데, 세금과 이자 등 꼬박꼬박 내야 할 돈은 100만 원대를 훌쩍 넘으며 역대 최대로 치솟은 탓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가구당 비소비지출은 월평균 107만 8300원으로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후 최대 금액이다. 비소비지출은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에 쓰지 않고 발생한 가계 지출을 말한다. 지난해 같은 분기 99만 5500원에 견줘 8.3% 많아졌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대체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왔으나 2017년 4분기(12.5%) 들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 지난해 3분기엔 23.3%까지 껑충 뛰었다. 비소비지출 항목별로는 부모 용돈과 경조사비 같은 가구간이전지출이 30만 8200원(28.6%), 소득세 포함 세금을 뜻하는 경상조세가 20만 2600원(18.8%)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나머지는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명목으로 15만 9900원, 국민연금 보험료 등 연금으로 15만 3000원, 헌금 같은 비영리단체이전 12만 7800원, 이자비용 11만 2400원 등으로 빠져 나갔다. 특히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비용이 가장 큰 증가율(17.5%)을 보였다.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의무적 지출이 늘어난 것과 달리 소득은 소폭 증가에 그치면서 가처분소득도 쪼그라들었다.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 63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불과 1.3% 늘었다.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0.5%, 14.2% 증가하는 동안 사업소득(-1.4%)과 재산소득(-26.0%)이 감소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1분기 376만 7400원에서 374만 8000원으로 0.5% 역신장했다. 가처분소득이 마이너스 증가한 건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이다. 가처분소득 감소세는 소득 하위 20%(1분위)와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1분위 가처분소득은 96만 8100원으로 3.0%, 5분위는 756만 1700원으로 4.3% 줄었다. 소득 역시 125만 4700원, 992만 5000원으로 각각 2.5%, 2.2% 감소했다.

다만 상·하위 가계 소득의 동반하락으로 소득분배 상황은 소폭 개선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80배로 1년 전(5.95배)보다 0.15 하락한 것이다. 이는 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며 가구별 가구원 수를 고려해 계산한다. 그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 소득 급락이 멈춰섰고 5분위에서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부진이 나타나 소득분배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전체 시장의 소득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장의 소득창출 여력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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