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계속된 업계 지적·경고에도 양 기관 "사전분양은 없다"는 말만 반복

제보자 A씨가 15일 본보에 제공한 KB부동산신탁 계좌로 분양 계약(예약)금이 입금된 내역.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고자 입금 날짜·시간·금액은 가렸음. 사진 = 제보자 제공
제보자 A씨가 15일 본보에 제공한 KB부동산신탁 계좌로 분양 계약(예약)금이 입금된 내역.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고자 입금 날짜·시간·금액은 가렸음. 사진 = 제보자 제공
대전 유성복합여객터미널 조성사업에서 선분양 행위가 드러나면서 사업의 주체인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지역 경제계 등을 통해 수차례 선분양 의혹이 제기됐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데 기인한다. 공공성이 짙은 이 사업에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위기에 놓였다.

유성구는 지난 14일 유성복합터미널 선분양 계약(예약)금 계좌로 추정되는 신탁계좌에 사업자인 KPIH(케이피아이에이치) 외에 다른 명의로 입금된 내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KPIH와 자금관리 대리사무 계약을 맺은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다. 구가 받은 공문에는 "개설된 통장에 예약금이 입금된 사실이 있다"고 적시됐다. 구는 분양신고 이전에 분양계약을 위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6일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게 구의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건분법에 따르면 분양신고 이전 신탁계좌에 돈이 입금됐다는 건 명백한 위법"이라며 "사실 확인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관리·감독기관인 시와 도시공사에 책임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와 도시공사는 그동안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순항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쳐왔다. 선분양 의혹이 일던 지난 6월 시 관계자는 브리핑을 열어 "사업자인 KPIH는 사업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고 도시공사 또한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면서 시공사 선정,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도 조만간 결정돼 8-9월 중 첫삽을 뜰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와 도시공사는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획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분양을 위한 대금 거래 행위 또한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유성구가 여러 의혹이 일자 관련 행위를 밝혀낸 것이다.

책임회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관리감독을 맡은 도시공사는 신탁계좌 입금 내역이 확인된 이후 분양 계약금 거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2017년 8월부터 민간사업자 공모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진행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의 주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KPIH에게 선분양 계약 등 위법행위 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KPIH는 선분양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며 "만일 위법행위가 드러난다면 그에 준하는 행정처분, 법적 처벌 등을 받게 되겠지만 위법행위 여부 판단은 도시공사가 아닌 인·허가관청에 있어 도시공사로서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 역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의 법리에 위반되는 지 판단을 하지 않고 "불법이 아니다"는 사업자 측의 주장만 옹호하는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 측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 것"이라며 "또 건축행위는 유성구의 소관이니 유성구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가 같은 날 제보를 통해 확보한 거래영수증도 사업자 측의 선분양 행위를 뒷받침한다. 거래영수증에는 분양예약서에 명시된 계좌로 수천만 원의 대금이 입금된 내역이 적혀 있다. 수취인은 `KB부동산신탁`이다.

이를 제보한 A씨는 "영수증은 이달 초 계약을 위해 예약금을 입금한 내역"이라며 "소유권 이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행위가 이뤄졌다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호창·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