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가 올 들어 0%대 상승률을 맴돌다 급기야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면서 올해 물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2019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예측한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1.6%)은 이미 빗나갔고, 올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려 잡은 수정전망치(0.9%)도 사실상 `실현 불가`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104.85) 대비 0.0% 상승하는데 그쳤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소수점 세 자릿수까지 따지면 0.038% 하락한 것이어서 지수상 마이너스가 성립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0.8%로 시작해 0.5%, 0.4%, 0.6%, 5-6월 0.7%, 7월 0.6%로 내리 7개월 동안 0%대에 머물렀고 8월 들어 첫 마이너스(-0.04%)에 빠졌다. 누계 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역시 최저치다. 1-8월 누계 기준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은 상승률은 1999년과 2015년의 0.6%였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0% 아래로 하락하는 디플레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고용 감소, 소비와 내수 부진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일 때 디플레로 규정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2019년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내린 2.1%로 하향조정하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저물가 흐름에 대해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 그리고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정책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11-12월에는 물가상승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열린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했다"며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디플레 우려를 일축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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