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들어서 일평균 2000명 유입되기도…도박 중독 등 우려하며 주민 반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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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의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은 1999년 개장과 동시에 상인과 주민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갈등의 중심이 됐다. 시와 자치구는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갈등 봉합에 번번히 실패하며 경마장은 지역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2일 시에 따르면 서구 월평동 화상경마장은 1999년 7월 당시 계룡건설 사옥 2-5층에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주말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과 제주경마장에서 열리는 경마가 생중계 된다. 경마가 열리는 날이면 충청권 등지에서 하루 평균 2100명 이상이 방문하고, 경마가 없는 날에도 6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마권발매소 이용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주점·숙박업소 등이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월평동 일부 상인과 주민은 화상경마장을 사이에 두고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 주민들은 화상경마장이 `사행성 조장` 등 주민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폐지를 주장했고, 인근 상인들은 화상경마장이 없으면 생계 유지가 어렵다며 맞섰다.

갈등의 골은 2009년말 계룡건설이 사옥을 이전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상권을 뒷받침하던 대형 건설사가 사라지면서 화상경마장이 지역 상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주민과 시민은 화상경마장폐쇄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경마장 폐지를 요구했다. 화상경마장이 문을 열며 주변에 성인 오락실 등이 들어서는 등 상권이 피폐해졌고, 경마장 주변의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등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시와 서구는 화상경마장에 기인하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011년 시는 한국마사회측에 월평동 화상경마장 일원의 주차난과 생활환경 개선을 요청했으나 단발성 조치에 머무는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후 화상경마장을 2016년에는 서구 기성동으로, 2018년에는 충남 금산군으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모두 무산됐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도박시설`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월평동 장외마권발매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월평동 장외마권발매소는 문재인 대통령의 `마사회 장외발매소 폐쇄·이전`공약 시행에 따라 내년 3월 폐지가 확정됐다. 그러나 폐지 이후의 대책이 없어 상권 황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구 주민 박모(76)씨는 "월평동 마사회 화상경마장이 폐지 이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역 상권은 더 황폐화 될 것 같다"며 "월평동 상권과 생활 여건을 회복시키기 위해 시와 자치구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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