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출산은 하고 싶다". 2008년 방송인 허수경 이후 12년만에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의 자발적 비혼모 선언과 함께 출산 소식을 알리면서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혼출산`이란 말 그대로 혼인하지 않고 아이만 낳는 것을 말한다. 결혼제도 밖에서 여성이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우월한 남성의 정자를 고른다는 인식이 `우생학과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년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이 힘든 현실에서 결혼 후 출산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비혼주의도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3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답변은 30.7%로 나타나 2년전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16년 24.2%, 2018년 30.3%, 2020년 30.7%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2030 청년세대에서는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비중이 크고, 증가 폭도 더 크다. 비혼출산 배경에는 결혼과 출산 자체보다는 일과 개인적인 삶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은 사유리처럼 비혼 상태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본, 미국 등 원정출산은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부작용과 윤리 문제 해소가 과제로 남는다. 또 인공임신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공적으로 지원받을 수 없다. 제도개선을 위한 공론화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인식변화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공존하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하고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혼출산을 받아들이려면 정부의 출산지원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기적 출산장려금보다 안전한 피임·임신중단이나 1인 가구의 주거 독립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아이가 어떤 형태의 가족환경에서 자라더라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기본적인 양육비용은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임은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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