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전세대출·집단대출 중단않도록 관리할 것"
실수요자 "한시름 놓았다가도… 냉온탕 오가는 정책 언제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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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다소 유연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안도의 한숨과 피로감 호소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장 실수요자 보호가 강조되며 전세대출 규제가 완화됐지만서도 `아니면 말고`식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팽배한 모양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연말까지 (실수요자가 많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6%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대출절벽에 다다른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고심 끝에 일보 후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매달 2조 원에서 2조 8000억 원 이상씩 늘어났던 전세대출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대출 여력은 8조여 원 늘어날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집단대출 또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못 박았다. 고 위원장은 "집단대출의 경우 저희들이 파악하기론 연말까지 잔금대출이 크게 공급되는 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과 함께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5대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만나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발표될 가계부채 보완 대책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춘 대출 관리 방안과 함께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를 배려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대출은 현재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선제적으로 시행한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올 연말까지 전세대출 중단 우려는 일단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되자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우선은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무주택자 지모(38·대전 중구)씨는 "당장 다음 달 전세자금대출 만기를 앞두고 있는데 전세대출 한도는 축소될 수도 있다고 하지, 집주인은 전세금 올려 달라고 해서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올 연말까지 전세대출 중단은 없을 거라고 얘기했으니, 일단은 한시름 놓았다"고 토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냉온탕 오가는 정책에 피로감이 더 극심해진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유성구에 거주하는 심모(45)씨는 "사람들 반응에 따라 규제가 왔다 갔다 반복하니, 실수요자 입장에선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더 피가 마른다"며 "보다 일관성 있고 전문성 있게 실수요자를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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