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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이 4·10 총선 판세를 뒤흔들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선거를 14일 남긴 시점에서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이라는 막판 승부수를 띄우면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세종시 행정수도 의제를 선점해 왔던 야권은 '알맹이 빠진 선거용 카드'라고 꼬집으며 견제에 나서는 한편, 이를 기회로 지지부진한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를 위해 여당에 손을 건네는 등 양갈래 반응이다.

여야 모두 해당 사안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뒤섞인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도록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중지를 모아 충청 지역민들 사이에서 20여 년 넘게 이어진 '희망 고문'을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께 돌려드리겠다"며 "4월 10일은 여의도 정치를 끝내는 날, 미래 정치를 시작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으로 서울 내 접전지로 꼽히는 이른바 '한강벨트'와 보수정당 최대 험지인 세종시는 물론, 이와 인접한 대전 유성구·충남 천안·충북 청주 일대까지 동시에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세종갑 선거구에 출마했던 이영선 민주당 전 후보의 낙마 후 두 가지로 양분된 진보 표심을 대대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도 엿보인다. 세종갑에서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은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이력을 살려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위기감에서도 비롯된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필수 조건인 세종의사당은 지난해 10월 6일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국회 규칙)'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입법의 마지막 매듭이 지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신행정수도 공약'을 내놓은 지 22년 만이며,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2년 만에 이뤄진 성과다.

다만 서울에 있는 행정부처를 소관으로 하는 운영위, 법사위, 국방위, 외통위, 여가위, 정보위 등 6개 상임위는 그대로 서울의사당에 남아 세종의사당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회의감도 공존했다. 본회의장, 국회의장실 등 국회 주요 권한과 대외적 상징 기능까지 서울에 잔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 2004년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은 관습법 위헌이라는 결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세종에 국회 분원 설치를 처음 제안한 데 이어 이해찬 당시 의원이 세종분원 설치를 위해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폐기되는 수난도 겪어야 했다.

한 위원장이 이날 내놓은 '국회 세종 완전 이전'도 위헌 여부가 걸림돌이 된다. '세종시=행정수도' 명문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개헌이라는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 규칙이 발효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 세종의사당 추진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아 착공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는 와중에 한 위원장이 대뜸 공약을 내놓은 것도 '공염불'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건은 빠른 시일 내에 여야가 한 테이블에 앉아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갈등의 골을 극복하고 추진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와 별도로 충청 정치권이 나서 해당 의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있다.

김태년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공약이 총선용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관련 논의를 시작하자"며 "나아가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국가 권력기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의 지방 이전도 함께 논의하자. 집권당다운 책임감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를 '통째로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주장한 김 위원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으로부터 '부동산 투기 절호의 찬스'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한 위원장의 공약에 간접적으로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회 세종의사당 개원을 공약했다"면서 "'대통령 제2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속도를 내 줄 것을 관계 부처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의사당과 함께 핵심 현안인 대통령 제2집무실까지 환기하며 행정수도 완성에 당위성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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